농원이야기
블루베리밭이 온통 붉게 물들다
열린블루
2016. 11. 12. 12:29
뜨거운 여름을 온 몸으로 막아낸
열린블루베리농원의
기특한 블루베리들이
이제
하얀 겨울을 맞이하려 합니다
조롱조롱 귀여운 꽃으로
풍성한 열매로
때론 거미들의 보금자리로
때론 얄미운 해충의 낙원으로
무던히도 애를 쓰더니만
이제 그 힘든 짐
다 내려놓고
편히 쉬려합니다
자기 몸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잎을 산화시키고
심지어는 끝내 떨궈 버리기까지 하지만
이 행위조차 인간에겐 고마움이고
아름다움의 극치를 느끼게 해줍니다
대체
전생에 뭔 짓을 했기에
가는 날까지
이렇게 고귀하고
넋을 빼앗길 만큼 아름다울 수가 있을까요?
아,
알았습니다
블루베리 잎은
가는 것이 아니고
잠시 쉬었다
다시 올 것이기 때문에
가지가 마른들
잎이 떨어진들 상관하지 않고
끝까지 아름다울 수 있는 것 입니다
그럼 나 열린블루는
이 말 못하는 나무를 바라보며
그러나 온 몸으로 표현하는 블루베리 나무를 보며
어떻게 겨울을 보내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