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전에 땅을 매입하고
집을 짓고 지금까지 정 들이며 살아온 집
그러나 이제 이 집을 떠나야 한다
아쉽지만 재개발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큰 숙제로 남은 나무 캐다 심기 작업
너무 커버려서
어떻게 감당해야 할 지 엄두가 나지 않던 차
서울에 있는 아들레미가 다니러 왔다
때는 이때,
삽들고 괭이들고 톱에 망치에
온갖 농기구들이 준비되고
파고, 자르고, 밀고, 당기고,
끌고, 올리고,
천신만고끝에 드디어 차에 실렸다
두 아들과 옆지기가 젖먹던 힘까지 다 쏟았다
사실 장성한 아들이지만
일을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열 중 여덟 아홉은 옆지기가 다 했다
하지만 이상한 건
열 중 단 두개만 거들었을 뿐 인데도
그냥 힘이되고 든든함이고
또 이 큰 나무를 옮기려한 시발점이 되었던 것
3~40십분을 조심조심 달려
드디어 블루베리농원에 도착!
미리 봐 두었던 장소에
한그루 한그루 안착!
방향을 보고 생김새를 보고 크기도 보고
옆 농가에 피해를 보지 않도록
거리 계산도 해가며
조심조심 나무들을 심었다
나무가 자리를 잡을 때마다 뿌듯함도 있었지만
나무에 대한 미안함도 들었다
이사 오느라 가지들이 바짝 잘려졌고
깊숙이 뿌리내린 것들이 사정없이 톱과 삽에의해 마구 끊겨져버렸다
너무 무거워서 제흙도 하나 못 붙여왔다
아픈 맘을 뒤로하고
잘 자라주기만을 바라며
정성스럽게 심고 물을주고 흙을 덮어주었다
이제 여름이면
블루베리농막 이곳저곳에
시원한 그늘을 줄 것을 기대하며..
감나무 뒷쪽으로 보이는 큰 돌은
나무 심을 자리를 위해 밀려난 돌.
원래 농막 계단 양 옆에 있던 것들인데
옆지기가 돌과 1톤트럭에 받줄을 묶어 마당 쪽으로 끌어낸 후
고마운 이웃사촌이 장비로 저곳에 놓아주셨다
역쉬 농촌의 훈훈한 정~~~^^
일에대해 요령이 없는 두 아들,
이를 악물고 아빠를 돕다
밤에 코피를 봤다는~~ㅎ
사람도, 나무도, 화단도 모두모두 초토화가 됐지만
해냈다는 기쁨과
아들 키운 보람을 느꼈던, 감사했던 시간들..
그날의 피해자가 여기 또
이제 막 연둣빛도 아닌 개나리색 새싹이..
에구 미안시려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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