댕강댕강
잘려지고 있는
블루베리 가지들
순식간에
밑둥까지
다 잘려나갔다.
아무렇게나
널부러진
초토화 된 모습
예취기를 사용할 생각은
어찌했누
이럴려고
저거 장만한 거 아닌데...
강제로
뼈만 남은
앙상한 가지
무슨 생각을 하며
블루베리 나무 모가지를
날리는 걸까
나무를 베기만 하면
끝나는 게 아니지
저 삼복에
저렇게 하는 것은
아마도 오기일거야
잘려진 나뭇가지가
어느새 정돈됐네
기초를 워낙 잘 해놔서
관리기로 뿌리를 제거하는 일이
잘 되려나?
그렇지?
성질 급한 쥔장에게
관리기론 무리야
이럴 때 쓰라고
기계가 있는 거지!
저~~~ 뒤에서
뭐 하시나
떨어진 나뭇잎 사이로
블루베리 알이
나뒹구네
처음 얼마간은
인내를 갖고
관리기로 밀고 나갔는데..
와,
저 흙 좀 봐
저건 흙이라고 하기엔
넘 고급지다
거의가 유기물 잔해.
깊숙이 박힌 뿌리들은
곡괭이를 이용해 제거
트랙터가 지나간 자리
깔끔, 시원섭섭하다
이장님은 속으로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귀농은 아무나 하나
아님 안타깝네
둘 중 어디?
숙청 대상을 처리했으니
한시라도 빨리 옛기억을 잊게
피트모스를 분해하고 물을 먹이고
벌써 심었다
동작은 대한민국에서
일 등 감 !
바크도 덮어주고
점적호스도 깔고
아직
새 다리같이 가늘고 여리지만
이렇게
물도 주고, 사랑도 주고, 관심도 주면
머잖아 희망이 열리겠지
암만~!
내 스마트폰 사진첩에만 간직해두고
두고두고 교훈으로 삼으려 했었다
창피하고
화나고
가슴아파서
비밀아닌 비밀로 덮어두려 했었다
세월이 흐르고
맘도 가라앉고
아팠던 기억이 저편으로
서서히 사라져갈즈음
공개하고 공유하고픈 마음이 이제서 든다
다시말해
아직 흔적 없이 사라진 건 아니지만
서서히 쓰린 상처에 딱지가 앉고 있다는 말이다
귀농을 준비하면서
품목은 진즉에 블루베리로 선택했었고
알아야 면장을 한다고
틈만나면 미친듯이 관련 공부를 하고
농가 견학을 하고
해당 교육을 받고
자료를 수집하고
상담을 했다
그래서
모 농가에서 묘목을 가져오기로
최종 결론을 내렸다
블루베리 묘목이 싼것도 아니고
땅이 작은것도 아니고
돈이 많은것도 아니라
돌다리를 계속 두드리고 싶은데
울 옆지기 람보님은 렛츠 고 직진을 고집한다
미적거리면 아무것도 못한다고
타협점으로
우선 토지의 삼분의 일만 블루베리 묘목을
심기로 했다
그런데
그렇게 심사숙고하며 품종을 선택했음에도
직접 경험한 것이 아니라
실패작이 나온것이다
수형도 좋고
당도도 좋고
과 크기도 열매 양도 많은데
한가지 치명타가 있었다
바로 장마철과 딱 맞딱드리며 수확기로 접어드는 것.
그러다보니 상품성은 떨어지고
수확도 채 하지 못해
낙과가 생기며
결국 사람들의 발에 밟히는 사태까지 온 것이다
볼때마다 스트레스지수가 상승하고 의욕도 저하되니
고민 끝에 과감히 숙청 대상으로 결론을 내렸다
그 더위에
윙윙 돌아가는 기계음,
타다닥 나뭇가지 잘려나가는 소리
그 소리가 가슴을 져몄지만
이를 악물고 심오한 표정으로 일을 하는
옆지기 람보님을 보았을 땐
암말도 하지 못했다
하필 이 품종이 수가 제일 많았었다
그 농장주가
이런 사실을 모르고 우리에게 분양 했겠냐만은
원망하지는 않았다
우리의 불찰로
내 실수로 결론을 내렸다
가끔 블로그나 카페를 보고
모르는 분이 블루베리에 관한 상담을 요청한다
내 쓰라린 아픔과 경험이 있었기에
난 하나부터 열까지 품종에 대한 장단점을 까발려
솔직히 말해준다
인생 얼마나 살며
얼마나 잘먹고 살겠다고
두고두고 욕 먹을 짓을 하겠는가 말이다
그 실패에 대한 교훈을 삼으려고
두세 그루 정도는 남겨두었다
옆 다른 품종의 블루베리들은 푸르고 푸른데
갑자기 민둥산이 되어
횡~한 밭골을 바라볼 때
부끄럽고
자만하지 말자 라는 되새김을 하기에 충분하다
이제 그 아픔과 상처를 대신 할
아가 블루베리들이 힘겹게 겨울을 이기고
새봄을 준비하고 있다
곧
꽃망울이 맺히고
연녹색 이파리가 돋아나며
람보님의 사랑의 보살핌을 받고 쭉쭉 기지개를 켜겠지?
그러면
옛 상처의 쓰라림 따윈
저 유유히 흐르는 옥화대 물결위에
깨끗이 떠내려 보낼수 있을거야
그때 그날까지
달리고 달리고
힘을 내자!
봄을 시샘하는 눈이 왔음에도
저 멀리서 들려오는 벌목 기계톱 소리가
우렁차게 들려온다
'농원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열린블루베리 제2농원 (0) | 2019.04.12 |
---|---|
다시 시작! (0) | 2019.04.05 |
전정 후 나뭇가지 파쇄 (0) | 2019.02.28 |
자주 가는 카페에 블루베리 농원 소개 (0) | 2019.01.21 |
방풍망 작업 (0) | 2018.11.14 |